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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5년 차 보험설계사가 다시 펼쳐 든 영업의 바이블, 지그 지글러의 '세일즈 클로징'

Objection Handling
기술자가 되고 싶었던 신입, 사람이 되고 싶은 15년 차 책장 구석, 누렇게 바랜 책등이 눈에 밟혔다. 지그 지글러의 <세일즈 클로징> 신입 시절, 이 책은 나에게 '전투 교본'이었다. 거절을 뚫는 법, 고객의 지갑을 여는 법, 화려한 말로 상대를 제압하는 법... 그 기술들이 절실해서 밑줄을 긋고 또 그었었다. ​보험 밥을 먹은 지 어느덧 15년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 동안 수천 명을 만났고, 수만 번의 거절과 승낙을 오갔다. 이제는 고객의 눈빛만 봐도 "아, 이분은 가입하시겠구나", "오늘은 어렵겠구나" 감이 오는 소위 '베테랑'이 되었다. ​그런데 참 이상하다. 기술은 늘었는데, 마음은 왜 자꾸 허전해질까. 매너리즘일까, 아니면 너무 능숙해져 버린 내 모습에 대한 낯설음일까. ​먼지 쌓인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. 1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문장을 읽는데, 전혀 다른 문장이 마음에 박혔다. ​"세일즈는 감정의 전이(Transfer of Feeling)다." ​30대의 나는 이 말을 '감정을 이용해 팔라'는 뜻으로 오해했었다. 하지만 15년을 버티고 난 지금에야 비로소 그 뜻을 알 것 같다. 내가 이 상품을 확신하지 못하면, 고객은 귀신같이 알아챈다는 것을. 내가 고객을 돈으로 보면, 고객도 나를 장사꾼으로 대한다는 것을. ​결국 클로징(Closing)은 화려한 멘트로 상담을 '끝내는' 기술이 아니었다. 내 진심을 고객의 마음에 온전히 '옮겨놓는' 과정이었다. ​"거절은 당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. 그들은 실수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." ​이 문장 앞에서는 한참을 멈췄다. 15년 차가 되어도 거절은 여전히 쓰다. "생각해 볼게요", "다음에 할게요". 예전엔 그 말이 야속하기만 했다. 하지만 이제는 그 말 뒤에 숨은 고객의 두려움이 보인다.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, 나중에 후회할까 봐 망설이는 그 마음들. ​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말을 더 빨리, 더 유창하게 하는 게 아니다. 그들의 두려움 옆에 조용히 서서 "괜찮습니다, 제가 곁에 있겠습니다"라고 확신을 주는 일이다. 그게 진짜 15년 차의 내공이어야 한다. ​책을 덮으며 생각했다. 나는 지난 15년 동안 보험을 판 것이 아니라, '약속'을 팔아왔구나. 가장 아플 때, 가장 힘들 때, 종이 한 장에 적힌 약속을 들고 달려가겠다는 그 다짐을 팔아왔구나. ​다시 현장으로 나가는 길, 가방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조금 가벼워졌다. 이제는 기술자가 아니라, 사람 냄새 나는 설계사로 남고 싶다. 화려한 클로징 멘트보다는, 투박하더라도 진심 어린 눈빛 하나를 더 챙겨서 고객을 만나러 간다. ​오늘도 나는, 누군가의 두려움을 걷어내러 간다.